환경보전을 위한 대대적 홍보활동...

우선 경제단체와 환경관계 사업자, 단체나 매스컴의 협조를 얻는 등의 방법으로 환경보전에 관한 획기적인 방안을 강구하여 시행하되, 이에 따른 몇 가지 반론에 대하여는 관계전문가와 다음과 같이 대응해나가도록 중지를 모았다.

먼저 동 들이지 않고 홍보제도를 통한 인식전환만으로도 환경문제의 상당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고 행각했다. 지금까지의 환경문제 해결은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다는, 피상적인 인식에서부터 돈들이지 않고도 홍보제도를 통한 정부와 기업과 국민의 인식전환으로도 능히 환경문제의 60% 이상을 해결가능하다는 것을 인식시키기로 했다.

아울러 기업의 공해처리 시설은 당연히 기업의 생산시설의 일부요, 그 처리비용도 그 기업의 생산비의 일부가 되어야 함을 특히 강조했다.

다음에 북한의 공해 비방방송을 역이용하기로 했다. 북한은 86, 88 두 스포츠 국제대회를 방해할 목적으로, 남한은 숨도 제대로 쉴 수 없는 공해공화국인데 무슨 국제대회냐고 비방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연세대 대학원의 초청간연회에 연사로 나가 그 비방방송을 역이용하자는 주장을 했다.

“북한으로 하여금 전 세계에 대해서 한국이 공해공화국이라고 더욱 선전하도록 권장함이 좋습니다. 북한은 산업국가가 아닌 후진국이니 공해가 없는 것은 당연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우리 남한은 10년 전 일본과 같은 단계의 산업국가여서 당연히 공해가 있기 마련입니다. 이것은 영광스런 짐이기에 기꺼이 해결해나가면 됩니다. 북한이 남한을 비방할수록 그것은 북한이 산업에 뒤떨어진 후진성을 스스로 만천하에 자랑하는 결과가 되므로 오히려 그런 방송을 권장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패러독스(Paradox)에 참석한 청중이 폭소를 터뜨리면 박수갈채를 보냈다. 그 한 달 뒤부터 북한의 남한 공해 운운하는 방송은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나는 그 강연회 때 문득 <한비자>에 나오는 ‘모순(矛盾)’에 관한 고사가 생각나서 그렇게 역설을 했다.

창과 방패를 파는 초나라 사람이 있었다. 그는 방패를 들고 그 방패가 지닌 성능의 자랑을 했다.

“여러분, 이 방패는 천하의 어떤 창으로도 꿰뚫을 수 없을 만큼 단단한 방패입니다.”

그러고는 이번엔 창을 들고 또 자랑을 했다.

“여러분, 이 창은 천하의 어떤 방패도 꿰뚫을 수 있을 만큼 예리합니다.”

이 소리를 듣고 있던 구경꾼 한 사람이 그 상인에게 이렇게 되받아 물었다.

“여보시오. 그럼 그 창으로 아까의 그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될까요?”

“........”

그러나 그 상인은 이 말에는 아무 대답을 못하고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운동권 학생들이 그해 환경문제를 들고 나와 신랄하게 공격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부는 쉬쉬하며 이 운동권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국민들은 그 이전에도 벌써 공해문제를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그러므로 국민들은 운동권이 주장하는 것에 귀를 더 기울이고 오히려 정부의 주장은 불신하는 경향이었다.

이렇게 보면 운동권의 주장을 오히려 환경문제의 해결을 위한 홍보제도의 차원으로 흡수 활용하는 것이 보다 현명한 처사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이들로 하여금 환경문제에 관한 한 더 요란하게 해주었으면 하고 내심으로 바라고 있었다.

▲ UNEP 사무총장 접견 (1987. 8.25.)

또 정부 내에서 특히 국무위원을 비롯한 정부의 주요 지도부의 환경에 대한 인식 전환 없이는 결코 환경문제는 풀어나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마침 이때에 우리나라 각 신문이 ‘산성비’에 대해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나섰다. 이렇게 되자, 마침 국무회의 내에서도 논란(論難)이 일어났다. 국무회의는 환경청장으로 하여금 그 경위를 보고하라고 했다. 할애 시간은 10분 내외였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무엇을 어떻게 보고할 것인가? 부임 한 달여 만에 업무 파악도 제대로 안된 상태가 아닌가? 참으로 난감하였고, 위기였다. 그때 얼핏 귓전을 스치는 김형철 국장의 카랑카랑한 목소리!

“청장님, 폐수, 쓰레기, 먼지 등 각종 오염물질의 60~70%가 국민의 일상생활에서 나옵니다.”

사실 여부를 확인할 여유도 없었다. 이걸 가지고 승부를 걸자, 공격이 최선의 방어다, 위기는 기회다.

국무회의에서 다음과 같이 보고하였다.

“첫째, 우리가 환경문제를 쉬쉬하며 묻어놓은 이유는 돈이 현재의 재정형편으로 감내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든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전문가들의 분석에 의하면 각종 오염물질의 60~70%가 국민의 일상생활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저에게 입만 열게 해주시면 적극적 홍보제도를 통해 전 국민의 참여와 협조를 받아 돈 한 푼 안 들이고 대기, 수질, 쓰레기 등 오염 요인의 60~70%를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

둘째, 소위 운동권에서의 공해문제 제기를 막지 말고 오히려 더 떠들게 하여 환경홍보요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유익합니다. 공해에 시달리고 있는 국민들은 정부의 말보다는 그들의 말을 더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북한으로 하여금 남한의 환경문제를 전 세계를 향해 더 떠들게 하는 것이 우리에게 더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북한은 농경사회이고 우리는 고도 농업국가임이 객관적으로 입증되기 때문입니다.

넷째, 50년~100년 뒤의 우리의 경쟁력도 생각해야 합니다. 미국과 일본의 어린이들은 쾌적한 환경에서 성장하는데, 우리 어린이들은 오염된 환경에서 성장한다면 우리의 미래경쟁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제 환경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습니다.”

정말 절절하고 간곡한 심정으로 호소하였다. 평생 외교관으로 선진국의 환경 현실을 잘 아시는 노신영(盧信永) 국무총리께서 드디어 한 말씀 하셨다.

“청장이 힘이 모자란다니 우리 힘을 합쳐 하나하나 해결해나갑시다.”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그 뒤 다른 업무보고서 위의 내용을 전두환 대통령께도 보고했다.

“청장 얘기를 듣고 보니 나도 평소 오염행위를 많이 했잖아. 지금까지 아무도 이런 얘기를 해주는 사람이 없었어. 그래, 한번 해보지.”

국무총리의 달가운 말씀이었다. 사실 그 뒤부터 노 국무총리께서는 환경문제에 대해서 발 벗고 앞장을 서주셨다. 이처럼 다소의 반발과 잡음이 그 벽두부터 대두하기는 해도, 홍보활동은 착실히 전개되었다.

나는 “더 맑게 더 푸르게”를 청훈 겸 홍보 표어로 삼아 “모든 국민은 오염원인자임과 동시에 피해자”라는 의식을 느끼도록 전 직원을 홍보요원이 되게 하여 홍보제도에 전력을 쏟기 시작했다. 각 국장을 비롯한 간부들은 물론, 특히 당시 최신철 공보담당관이 밤낮없이 언론기관을 드나들면서 헌신적 홍보활동을 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이리하여 환경문제는 정부와 국민의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