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문 호
한국해양대학교 졸업
대한해운공사 선장, 영업부장
예총 <예술세계>' 신인상
제 4회 시흥문학 수필부문 대상
강남문협 서울문예상
월간 문학저널 창작문예상
現 한일상선(주) 대표이사
- 저자의 글 -
글을 쓴다는 것은 그런대로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이를 발표하는 일은 꽤나 쑥스러운 노릇이었다. 더구나 이들을 모아 자전에세이라는 책으로 엮는다는 것은 무척 부끄러운 일이다. 볼 것도 없는 내 알몸을 공연히 드러내는 기분이다. 그러면서 발표를 하는 것은 아마도 변덕 때문이지 싶다.
나는 내가 상당히 변덕스럽다는 것을 인정한다. 내 삶 어디에도 듬직한 구석은 없고 온통 방황과 좌충우돌의 흔적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 바로 그 변덕이야말로 지금껏 내 삶을 지탱시켜준 원동력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심각한 실수나 시행착오 뒤에 나를 다시 추슬러 세우는 것은 언제나 바로 그 인식, 내가 원래 변덕스러운 존재라는 명제뿐이었다.
변덕스럽기로는 자연도 별다르지 않았다. 대서양이나 인도양들 등 다른 대양에 비해 현저히 잔잔하다고 해서 그렇게 이름 붙여진 태평양, 그 중에서도 일기불순의 요인이 거의 없는 중위도의 일부변경선 언저리, 그곳에서조차 일주일을 지속하는 평온을 보지 못했다.
말갛던 하늘에 느닷없이 구름이 깔리면 이내 바다와 하늘의 분탕질이었다. 하늘이 뇌성벽력에 광풍으로 때리면 바다는 하늘을 물어뜯으려는 듯 솟구쳤다. 그 틈바구니에서 생존을 발버둥치는 갈매기나 선인(船人)들의 형편이야 그들로서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러나 이들의 발악도 그리 오래 가지는 못했다. 짙은 사멸의 냄새 끝에 문득 깨어난 아침, 간밤의 광란이 언제였냐는 듯 수평선에서 가지런히 맞붙은 바다와 하늘을 보노라면 대자연의 실없는 변덕에 어처구니가 없을 따름이었다.
광대무변의 자연조차 저리도 변덕스러운 것이 본성이라면 나 또한 내 천성의 그것을 미워할 이치는 아니리라. 이제 얼마 남지도 않은 시간에야 도리어 애지중지 끌어안고 다독여야 하리라.
내 박제된 지난날들이 정말 쑥스럽다. 그러나 한번은 꼭 정리해보고 싶었다. 그런 다음에는 내 삶의 새로운 장을 열고 싶다.
아직도 내게 그만한 시간과 정력이 남아있는지는 모를 일이다. 그러나 설사 도중에 날이 저물고, 길마저 막힌다고 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우리의 삶 어디에 완성의 도달점이 있었던가. 다만 끝없는 저항이 있을 따름이었다.
한국 소설문단의 상좌(上座)이신 김승옥 님께서 격려의 글을 주심에 송구하고 영광스럽다. 글이야 글이랄 것도 없지만 심성이나마 곧게 지니라는 당부로 경청하며 몸과 마음을 여민다.
송구영신의 총망중에도 출간을 위해 촘촘히 살펴주신 김창동 발행인의 노고와 그간 난필을 정리해준 정미란 사우의 정성에 감사드린다.
아울러 12년 전에 쓴 이 자전적 에세이가 2022년 히스토리스의 지면에 연재되게 되어 보다 많은 분들과 나의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다시 한번 지난날을 돌아보며 독자들과의 공감대를 나눌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무자세모 용인 죽현제(竹峴齊)에서
저자 김문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