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경주문학>과 <경북문협>에도 입회하여 지방문인들을 두루두루 만났다.
경주를 대표하는 원로 문인들로는 이근식, 서영수, 정민호, 이희목, 권윤식 등이 있고, 다음세대로는 김종섭, 조동화, 김기문, 허동인, 윤기일, 김홍주, 김봉환 황순희 등이 있었다. 그 다음의 젊은 세대가 열심히 자라가고 있는 것이 경주문단의 기류라고 말할 수 있다.
이근식은 경주문예대학을 설립하여 알찬 문예창작 교육으로 시인과 수필가를 길러내는데 공헌하였고, 정민호는 <경주문협> 지부장과 <예총> 회장을 역임하면서 지역문학을 활성화시키는데 이바지한 공이 크다.
1966년 <사상계> 신인상으로 등단한 정 시인은 작품의 수준에 있어서도 중진시인으로 속하지만 <시와 수필>을 창간하여 경주의 시인들과 수필가들의 지면을 마련해주었다.
이희목은 토착적인 한국의 서정성을 포착하여 소박하고 간결한 시를 써서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시인이다. 그는 시어가 풍기고 있는 원시적 감성을 낮설게 하는 시적 효과로 긴장을 조성한 시인이며, 중앙문단의 수준에 조금도 손색이 없는 개성이 강한 경주의 문인이라는 것을 나는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경주는 전국 어느 곳보다 문인이 많은 고장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것은 1930년대 이래 지속되고 있는 김동리, 박목월, 이기현, 김석주 등과 유치환의 영향으로 여겨진다.
권윤식은 시와 수필 분야는 물론 <경주신문> 논설주간으로서 경주의 문화와 언론의 방향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지성인이었다. 그는 마지막 남은 경주의 낭만주의자로 알려져 있고 <청산에 살으리랏다>의 노래는 성악가로 직업을 바꾸어도 될 만큼 음악 애호가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실력이었다.
경주에는 신라문화의 진수를 찾기 위해서 평생을 바친 윤경렬 씨 같은 사학자가 있고, 연극 공연을 위해서 전 재산을 털어서 <에밀레극단>을 창단한 이수일 씨 같은 연극인이 있어서 최근 <에밀레극단>이 시립극단이 되어 시민들과 호흡을 같이 하게 된 것이다.
그 뒤를 이은 이애자 단장도 경주의 연극 발전을 위해서 전력투구하고 있다. 문화의 전통은 이렇게 해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윤경렬 씨 뒤를 이어서 유병익 <신라동인회> 회장이 신라문화의 발굴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신라문화와 경주예술에 대한 각종 학술발표회와 유적지 답사의 계획을 마련하여 경주사람들의 문화의식을 높여주는 안내인이 되었다.
또한 개인의 사업을 희생하면서 지역의 소식을 알리기 위해서 언론의 사명을 다하려고 <경주신문>을 지속적으로 발간하는 김현덕 사장의 인내심이 경주의 언론을 지키고 있다. 경주시민이나 출향인사들은 <경주신문>을 통해서 경주의 정보를 듣고 경주사람임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다.
3,000명이 넘는 경주지역 영남대학교 동문회장을 맡으면서 경주의 기관장이나 부기관장을 역임한 최윤섭 부시장, 권영섭 경주경찰서장, 이동준 풍산금속 이사, 장태휘 월성원자력 소장, 정인화 문화중학교 교장, 김광길 선덕여고 교장, 권순일 회계사, 정연경 변호사, 변영우 선린신경외과 원장, 김미경 경주시 보건소장 등 많은 동문들을 만났다. 나는 그들로부터 경주가 맺어주는 끈끈한 인정을 느꼈다.
그리고 최윤환 경주문화원장, 서예가 심천, 우연, 황수암 선생, 화가 최복은, 김경수, 최영달, 이병호 선생, 안종배 경주시립 교향악단장, 장성현 음악협회 경주지부장, 최태광 사진협회 경주지부장 등 고향 사람들을 다시 만나면서 나도 무언가 고향을 위해서 일을 시작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국제언어문학회>
<국제언어문학회>는 1999년 11월 11일 경주 파크호텔에서 창립되었다. 초대 회장으로 동국대학교 일어일문학과 오영진 교수가 추대되고. 장영길 교수가 총무로 선임되었다. <일본사회문학회> 규슈 오키나와 지부의 우라다 요시키즈[浦田義和] 회장과 나카무라[中村] 교수를 비롯해서 20여명의 일본 회원들이 함께 참석한 창립총회에는 경주대학교 교수 몇 분도 이 학회의 발기인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나는 친구와 약속이 있어서 우연히 <파크호텔> 커피숍에 갔다가 그 회의에 참석한 경주대학교 교수들에게 이끌려 창립총회에서 축사를 하게 되었다. 이 축사가 실마리가 되어 <국제언어문학회>와 인연을 맺게 되어, 이튿날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에서 개최하는 학술발표회에 참석했다.
나는 그 심포지엄에서 축사를 하고, 관심이 있는 문야에는 질의와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세미나에 대한 나의 관심은 학회 회원들로부터 대학총장을 역임하면서 연구에도 소홀히 하고 있지 않다는 이미지를 심어준 것 같았다. 대회가 끝날 무렵에 나는 학회 회원으로 가입하면서 <국제언어문학회>가 이름처럼 국제적인 학회가 되기를 기원했다.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자문역할을 하는 가운데 2000년 1월 <일본사회문학회>로부터 <한국문학과 일본>이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논문을 발표해달라는 청탁이 왔다. 규슈, 오키나와지부와 후쿠오카[福岡]에 있는 츠쿠시조시가쿠엔다이가쿠 아시아 문화학과가 공동 주최한 세미나였으며, 마쯔시다[松下] 교수가 진행을 담당했다.
이 심포지엄에 참가하기 위해서 동국대 오영진, 곽근 교수와 나 세 사람의 2000년 7월 7일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했을 때, 공항에는 우라다[浦田] 회장을 비롯한 학회 관계자들과 1970년 대구 원화여고에서 담임한 제자 이현숙이 남편과 함께 마중 나와 있었다.
이현숙은 너무 반가워하면서 이튿날 저녁 일본인 남편과 함께 오래전 고3때의 담임선생을 극진하게 대접하고 은혜에 감사한다는 글귀와 함께 일본의 특산품을 선물해주었다.
가르친 보람이 먼 이국에서 나타난 것은 더욱 뜻 깊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귀국할 때 공항까지 나와서 전송해준 제자의 따뜻한 정성을 흐뭇하게 받아들이면서 한국과 일본은 매우 가까운 나라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나는 2000년 7월 8일 <한국모더니즘 시에 나타난 일본문학 - 김기림과 이상을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그때 동국대학교 오영진 교수와 곽근 교수도 함께 발표하여 <일본 사회문학회> 회원들에게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 발표회에서 일본 학자들이 한국문학을 어떤 방향에서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를 알게 되었고, 일본 문학과 한국문학의 관계에 대해 인식의 폭을 넓혔다.
특히 규슈, 오키나와 지;역의 일본학자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일본 작가들의 세계관, 인생관, 국가관이 그들의 작품에 어떤 모습으로 묘사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 대회로 <국제언어문학회>와 <일본 사회문학회> 와의 유대관계가 한층 더 긴밀해져서 서로 주고받는 학술적 교류가 많아지게 되었다.
